기다리던 봄이를 잉태하고 그 기쁨과 조심스러운 마음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는데

늘 마음만 갖고 있다가 이제서야 끄적끄적 적어본다.

굳이 이유를 대자면 "입덧"이라는 만만한 핑계거리가 있다. ㅎㅎ

의식주에 대한 의욕이 떨어져 현재 집안 살림도 엉망이다.

남편이 살신성인하여 많이 하고 있긴 하지만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있어도

 

"에라~ 모르겠다. 나 입덧하는 여자야!"

 

그냥 방치하고 있다. 어떡하겠나. 냄새때문에 싱크대 근처도 가기 싫은걸...

 

오늘은 정밀 초음파를 했다. 목둘레 검사로 기형아 여부를 판단한다는 것인데

우리 봄이 건강할 거라 믿고 병원을 들어섰지만 살짝 긴장되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

성별과 신체조건을 모두 떠나 오로지 건강한 아기가 태어나기만을 바라는 마음.

약 8분간 봄이가 온몸으로 보여주는 댄스를 지켜보며 세상에 태어나 몇 번 안되는 환희를 만끽했다.

목둘레도 정상이고. 다음 번 검사는 꼭 남편과 동행하여 이 벅차오름을 함께 느껴야지.

 

'그래, 이렇게 건강하게만 자라주렴 봄아!'

 

의사샘이 10월 12일로 다음 예약을 잡아주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아차차!

다음달 11일, 독일로 다녀온다고 얘기하는 걸 깜빡했다.

편도 10시간 비행이라 괜찮은지, 주의사항은 뭔지 여쭤보려고 했는데....

쩝. 한 번 더 찾아가야지.

 

오후에 회사로 가는 길에 먹고싶었던 안양시장 팥죽을 먹었다.

임부에게 팥이 안좋다고 해서 호박죽을 먹으려고 했는데

팥죽을 보는 순간 먹지 않을 수가 없었는 걸....

3시간 마다 허기를 불러일으키는 봄이를 위해 호박죽, 팥죽 하나씩 테이크 아웃하고,

간식거리로 쪄먹을 햇밤과 고구마도 샀다.

우리집 냉장고는 잠깐 땡겨서 잔뜩 사다놓은 음식들이 썩어가고 있는 저장고다.ㅋㅋㅋ

 

회사로 가는 버스 안에서 난생 처음으로(지하철에서는 종종 그러했지만)

유리창에 머리를 박아가며 미친듯이 꾸벅꾸벅 졸았다.

 

이제, 가을로 접어드니 한결 몸과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올 여름은 더위와 입덧으로 정말 괴로운 시간을 보낸 듯 하다.

 

우리 봄이, 다음 달에 또 만나자! ^^

by 강 지영 2012.09.1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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